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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바다에 나를 던져놓고

by 시인 화가 김낙필






저문 바다에 나를 던져 놓고


낮엔 태양 빛에 윤슬로 반짝이고

밤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밤바다를 헤매이고

별밤이면 별을 줏으며 떠 다닐 텐데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바다 사막


낙타의 등도 없고

일엽편주 길 잃고 떠다니는 배

포구의 홍등이 그리워지는 날엔

닻을 내리고 풀잎처럼 눕자

별 하나 떨어지면 주워

그 이슬로 허기를 달래자


뱃전에 서리 내린 아침

동트는 곳으로 찾아가자

거기 그대가 서 있었으면 좋겠다

가슴에 얼굴 묻고

반나절쯤 흐느끼며 여로 끝 응석이라도 피우고 싶다


너는 강

나는 종이배가 되어

함께 흘러가자


먼바다에 이르면

종이신을 신고 뭍에 올라

옥수수 밭 갈며 함께 살자

바다가 사막될 때까지

사막이 다시 숲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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