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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비

by 시인 화가 김낙필






12시부터
중부권으로 강한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진다고 하더니

잠잠하다
하늘은 여전히 검고 칙칙하다

4시부터 호우다
봄비가 아니고 여름 장대비가 내린다

가슴으로도 비가 온다
속으로 오는 비는 아프다
겨울의 비처럼
돌아올 수 없는 그대처럼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가 달다
농부가 하늘만 쳐다보다 지쳐버린 땅바닥에
남풍이 불더니 비가 내렸다

꽃이 다 뭐더냐
속 타던 농부의 가슴에 내리는 비가 꽃 아니더냐
달디 단 봄비가
논 바닥을 적신다
덕분에 우렁이도 청개구리도 살아났다

조금은 쓸쓸하고 외로워야
詩가 나오듯
단비 내리는 오늘에야 시름을 걷어내고 웃는다
벚꽃은 이미 다 떨어졌어도
순서대로 피는 꽃들은 줄줄이 지천이다

내일은 立夏다

단비가 와서 세상이 사뭇 촉촉해졌다
사랑에 젖은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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