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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의 남자

by 시인 화가 김낙필






그 남자가 떠나갔을 때 두렵지 않았다

그날은 종일 꽃비가 내렸다


세월이 흐른 후 그 사내가 초라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초로의 부랑자 같은 남자가 문밖에 서 있었다


된장찌개에 따듯한 밥 한 끼 지어 먹여 보냈다


떠나던 날 그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잊혀지지 않는다

나를 버리고 떠나던 어깨와

내게 버림받고 떠나는 지금

모습이 너무도 달라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집 앞 가로등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그 남자의 등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서 있었다


새벽이 올 때까지

현관문은 차마 잠그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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