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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 리

by 시인 화가 김낙필






저문 배가 닿는 저녁

포구 주막집에 홍등이 켜지면

봉놋방에 불이 지펴지고

메주 띄우는 냄새와

아궁이 솔가지 타는 냄새가

나의 고향이다


청산리 나루터에는 썩은 노 하나 썰렁 누워있고

잔 물결 이는 포구에는 숭어가 튀어 오른다


여러 나그네들은 어디로 가시는 길 인가

나는 사구실 고개 넘어 이곡리 간다네

광호씨네 찔레꽃 돌담길 돌아

당숙네 호두나무를 지나

팽나무 개울 건너면 고향집인데

지금도 싸리문이 열려 있으려나 모르겠네


나의 저문 배가 지친 하루를 돌아

여기저기 나그네들을 태우고 부리고 나면 닿는 청산리 나루터

주모의 탁주 한 사발과 고사리나물 한 보시기가

나의 고향 가는 길목이라네


이제 저 고개 두어 개만 넘으면 이곡리인데

그믐날 해가 저물어 밤길 저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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