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 9시에 비가 내린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굴피 지붕 위로 천사 같은 비가 내린다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는 비안개와 섞여

산봉우리를 휘어 오르고

나는 툇마루에 앉아 작은 소반에 된장국을 조반으로 먹는다

찐 감자는 쫀득거리며 내 목울대를 타고 위장에 이른다

굶주림을 덜어주는 양식이여 고맙다

호박 넝쿨에 어느새 노란 꽃이 피었구나


저 산마루에 걸린 달은 밝디 밝아 푸르구나

비에 가려서 새벽달을 감추고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송이를 따고

더덕을 캐고

칡을 뽑아서 술을 담아야지

비 오는 밤에 등불 켜고 술을 마셔야지

그렇게 비에 젖어서

쓰러져 잠들어야지


밤새도록 비가 오시기를

그렇게 푸욱 젖어 스며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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