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우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삼경이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어졌는지

엄청 쏟아붓는다

이러다 작년처럼 반 지하는 또 온통 물난리 나게 생겼다


없이 사는 사람들

가난도 서러운데

물난리로 세간살이 또 길가에 나 앉게 생겼으니 안타깝다


내 작업실도 그날

거실 바닥에 밀물이 찼다가 썰물처럼 나갔는데

은근히 걱정이다


문 밖은 폭우지만

모든 시름 뒤로하고 오랜만에 숙면하렵니다


비 오는 날은

물에 스며들 듯

깊은 잠에 빠집니다

밤새 물 위를 둥둥 떠 다닐 겁니다


내일은 작업실에 가 봐야겠습니다

뭐가 떠 내려간 것이 없는지 살펴봐야겠어요


가뭄도 걱정

장마도 걱정

폭우도 걱정

세상 다 걱정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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