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by 시인 화가 김낙필





정희와 영미가 말했다

시 쓰는 일은 녹록지 않은 것이라고ᆢ


시인들은 완성도 끝도 없는 글쓰기 줄타기를 한다

목마른 낙타처럼


나도 매일 일기를 쓴다

목이 타는 갈증으로

물도 적시지 못하는 그 갈증으로


시에 미치는 일은

일종의 정신 질환이다

밥 짓는 일에 소홀하면 미쳐 버릴 것 같은

글 짓는 일은 허무한 일이다


손 바느질이 어디 수월하겠는가

만만찮은 견고한 새벽처럼

글짓기가 거저겠는가


미친 사람들의 시가

미친 세상에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

가월이 세월이 삼복더위에 자멸해도


나는 살아남아서

일기를 쓴다

미쳐가는 이야기를 오늘도 또 쓴다


소란아 너는 아무 시도 읽지 마라

그러다 정희나 영미처럼 불치의 병에 든다


생자 시인은 백수를 앞에 두고도

시를 쓰기 위해

매일 만 오천보를 걷는다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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