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목백일홍처럼

by 시인 화가 김낙필





혼돈의 바다에서

옥빛 같은 시 한 편을 찾았을 때 기쁘다


타락한 세상에서 윤슬처럼 빛나는 시 한 줄을 만났을 때 환호한다


인간이 밥만 먹고살 순 없다

이슬도 먹고

노을도 먹고

바람도 먹고살아야 한다


시는 영혼의 양식이다

괴물이든, 학자든, 사기꾼이든 상관없다

시집 한 권 옆구리에 끼고 살자


새벽녘 잠에서 깨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라

거기 내가 걸어온 삶이 사초처럼 걸려 있으니


그 여름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붉은 백일홍이 필 때까지 숨죽여 시를 썼다


오늘도 걷는 길이 시처럼

그 여름 백일홍처럼

부디

안온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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