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 겨울쯤 죽어도 좋겠습니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화려한 봄 지나고

여름 한 복판 태풍 폭풍 다 떠나보내고

서리 지는 들녘 보며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이쯤이면 다 오지 않았을까요


곧 겨울이 닥쳐오고

눈이라도 내리면

갈 길이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가는 곳의 새벽 기차는 정시에 올까요

은근히 걱정도 되고 조바심도 납니다


겨울쯤은

죽어도 괜찮겠어요

무난한 계절들을 수없이 떠나보내고

이쯤에서는 내 순서가 아니겠어요


지난(至難)했어요

그러나 가난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 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요


누구누구, 아무개도 연이 닿아

동시대를 같이 살아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히

겨울을 기다립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