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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일 암

by 시인 화가 김낙필





한 때 '금오산'에 올라

일출을 함께 했던 그네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풍문에 마음이 아팠다


서럽지는 않았고

가슴 한켠을 찌르는 듯한 가시 고통이 왔다

잠시 지나간 그 아픔이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정이었는지

동지애였는지

연정이었는지ᆢ

동백꽃 옆에 서서 웃던

그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향일암 일출은 장대했다

떠오르는 해와 망망대해와 수평선의 향연에 감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선구이와 홍합찌개와 갓김치를 먹으며 즐거워했던 그네가 사라졌다

마치 지는 노을처럼


전마선이 긴 꼬리를 물고 돌아오는 저녁

향일암에 올라 저무는 바다를 바라본다

너는 가고 나는 남아서

검은 바다 앞에 서 있다

갑자기 날개를 달고 강을 건너 너희 집으로 날아가고 싶어진다


그가 없는 집에서

한 사나흘쯤 작정 없이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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