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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17. 2024

해  무 ( 海 霧 )





나는 떠났네

가지 말라는 애원을 뒤로하고 떠나왔네

그건 나 만의 욕심, 회피, 오만이었네

도피였네


나를 붙잡았던 마음들을 짓밟고 도망치듯 떠난 내가 옳았을까

자문을 구할 필요도 없이

나는 몹쓸 사람이었네

그렇게 떠나왔네


사랑해선 안될 사랑을 한 죄인이 되고 말았네

이방인처럼 떠나온 길은

해무에 잠긴 바다 같았네

안개 낀 새벽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왔네


사랑하는 사람들아

나는 그대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쁜 사람이다

졸렬한 사람이다

나는 떠나올 때 매몰차게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미련 따윈 두지 않겠다고


그리고 나는 안개속에서  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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