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 佛 里 에 서

by 시인 화가 김낙필






한번 퍼부으면 길이 사라지는 산간 마을

벼랑 밑 암자는 눈 속에 사라졌다


네댓 가구 화전 집들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신기슭을 오르고

간간히 발자취 없는 산간에 누렁이 짖는 소리가 들린다

멧돼지가 식량 찾아 화전밭으로 내려온 모양이다

심 씨, 허 씨, 이 씨 할배의 바튼 기침 소리도 간혹 들린다


이제 새봄 눈 녹을 때까지 읍내에 내려갈 생각은 접어야 한

폭설 속에도 마을 어귀 높이 솟은 일주문은 장대하다

산봉우리 화전마을 다불리는 겨울이면 죽은 듯 잠이 들었다가

봄이 되면 되살아난다

꿈틀꿈틀 개구리 해동되듯 깨어나

분홍빛 진달래로 핀다


지금은 눈에 파묻혀

가끔 굴뚝 연기만 모락모락 보일 뿐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多佛寺 풍령만 추위에 못 이겨

댕그랑거리며 홀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