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사 랑

by 시인 화가 김낙필




그저 무지한 사람 하나 사랑했네

적요해서 한 사랑일지라도

적막하지는 않았네

나의 욕망이 거짓이라도 그대는 빗물 같았네

스미고 스며서 스밀 곳이 없을 때까지 스며

뿌리 끝 싹을 피워냈네


나는 코끼리 등에 앉아 울었네

건기의 황야는 거센 바람만 불고

무막한 사랑이 말라버렸을 때 나는 알았네

그대가 샘터였다는 걸

나는 코끼리 무덤에 누웠네

그리고 코끼리의 이빨이 되었네


그대의 등에 업혀 사막을 가네

여윈 등이 애처로워 우네

나는 적막한 사랑을 했네

그대의 젓이 흐르는 땅

그곳이 풍요로웠다는 것을 이제와 깨닫네

사랑은 신기루 닮아서 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네


나는 코끼리와 나란히 누워

별무리를 바라보며 숨을 거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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