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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찐 빵
by
시인 화가 김낙필
Apr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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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겨울, 영하 30도
강추위 속
강원도 화천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마치고
최전방 휴전선 철책으로 자대 배치를 받을 즈음
교육대에 새로 입소하는 훈련병 중에 고교 동기동창을 만났다
이 OO 이병은 방한복으로
뚤뚤 말아 입고 엄동설한 맹추위에 떨고 있었다
훈련이 끝날 때쯤이면
훈련장 가시철망 너머로 할머니가 매일
찐빵을 팔러 오셨는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찐빵의 맛은 너무 황홀했다
한 개
에 백 원쯤인가 한 것 같다
나는 신병
훈련을 먼저 마치고 훈련소를 퇴소하며 그 친구와 마주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손에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꼭 쥐어주며 말했다
"훈련 잘 받고 이 돈으로
배고플 때 따듯한 찐빵 사 먹어ᆢ"
다음날 나는 최전방 휴전선 철책으로 떠났었다
그때
오천 원을 손에 꼭 쥔 친구의 눈가에 물기가 그렁그렁 했었다
지금도 동창 모임에서 그 친구를 만나면
그날을
상기하며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잊지 못한다고ᆢ너무 고마웠다고
그 겨울 우리가 맞잡은 손은 너무 따스했었다고
나는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맹추위 속에서
밤마다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초병으로
34 개월의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향토
예비군이 됐다
이 OO 이병은 1973년 혹한 속 최 전방에서
우연히
만난
나의
반가운 겨울 전우
였다
오늘
'
구봉도
'
동창회 모임을 마치고 귀갓길에
집행부에서 대부도 할머니 찐빵을
한 박스씩 선물로 나누어 줬다
찐빵을 보니
그 겨울 신병교육대
이 OO 이병과
철조망 찐빵이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 OO은 오늘 만남에서도 그날을 잊지 않은 듯
내 손을 꼭 쥐며 반가워 어쩔 줄 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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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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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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