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빵

by 시인 화가 김낙필






1973년 겨울, 영하 30도 강추위 속

강원도 화천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마치고

최전방 휴전선 철책으로 자대 배치를 받을 즈음

교육대에 새로 입소하는 훈련병 중에 고교 동기동창을 만났다


이 OO 이병은 방한복으로 뚤뚤 말아 입고 엄동설한 맹추위에 떨고 있었다


훈련이 끝날 때쯤이면

훈련장 가시철망 너머로 할머니가 매일 찐빵을 팔러 오셨는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찐빵의 맛은 너무 황홀했다

한 개에 백 원쯤인가 한 것 같다


나는 신병 훈련을 먼저 마치고 훈련소를 퇴소하며 그 친구와 마주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손에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꼭 쥐어주며 말했다

"훈련 잘 받고 이 돈으로 배고플 때 따듯한 찐빵 사 먹어ᆢ"

다음날 나는 최전방 휴전선 철책으로 떠났었다


그때 오천 원을 손에 꼭 쥔 친구의 눈가에 물기가 그렁그렁 했었다


지금도 동창 모임에서 그 친구를 만나면

그날을 상기하며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잊지 못한다고ᆢ너무 고마웠다고

그 겨울 우리가 맞잡은 손은 너무 따스했었다고


나는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맹추위 속에서

밤마다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초병으로

34 개월의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향토 예비군이 됐다


이 OO 이병은 1973년 혹한 속 최 전방에서 우연히 만난 나의 반가운 겨울 전우였다


오늘 '구봉도' 동창회 모임을 마치고 귀갓길에

집행부에서 대부도 할머니 찐빵을 한 박스씩 선물로 나누어 줬다

찐빵을 보니 그 겨울 신병교육대

이 OO 이병과 철조망 찐빵이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 OO은 오늘 만남에서도 그날을 잊지 않은 듯

내 손을 꼭 쥐며 반가워 어쩔 줄 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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