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계절의 봄은 다시 오지만

나의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사람의 봄은 한 번뿐이다


은 옷들을 끄집어내 수거함에 버리는 것처럼

내 봄도 수거함에 넣었다

누군가 내 봄을 꺼내 빨아 입겠지


오늘은 도화꽃 핀 과수원길을 걸으며 꽃 그림을 그려야겠다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갈 수야 없겠지만

그리해서라도 그날의 냄새를 맡고 싶다


때로는 기억을 버리고 살고 싶다

얼룩진 상처를 끄집어내 말려봐야 슬프기만 할 뿐 남는 게 없다

때로는 멍하게 사는 것도 편하다

말을 잊어버려서 말 못 하는 사람이 될 때까지 사는 일은 없도록 해야지


봄볕 드는 계단에 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바람이 뺨을 간질이고 간다

목련나무 꽃 봉오리가 움트고 진달래가 피면 나는 칩거한다


나의 봄은 이미 강을 건너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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