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의 기억

by 시인 화가 김낙필



점점 기억을 잃어 갑니다

사람도 잘 알아보질 못 합니다

헛 것도 보이고 자꾸 잠만 쏟아집니다

길을 나서면 영영 집을 찾아오질 못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요양원에 가서 살면 되지요

거기서 새로운 기억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되죠

가족들도 점점 몰라보니까

못 봐도 섭섭하지도 않을 겁니다


내가 못 알아보는 게

그들도 편할 거예요

그럼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끔 한차례 들여다보면 되니까요


요양원에도 봄은 오네요

창 밖으로 홍매가 요란스럽게 피었어요

예전에 문화원 화우들과 화선지에 그리던

매화꽃이 생각납니다


여기는 경기도 화성의 요양원이고요

저는 치매 환자입니다


지금 창 밖에 곱게 핀 매화를 바라 보노라니

옛날처럼 순백 화선지에 한번 그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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