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 개 미

by 시인 화가 김낙필


<갱개미>


못된 놈의 인생마냥

처마끝에서 꾸덕꾸덕 말라 비틀어진 마른모꼴 갱개미는

내동댕이쳐도 상처하나없이 튼실하다

칼로 난도질을 해도 칼끝이 무색해져 도끼로 찍어내야 할만큼 딱딱했다

저녁무렵 어머니 부엌에서 탕탕거리는 소리는 갱개미 잡는 소리였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저녁 반찬 갱개미 조림

알싸하고 오도득 거리는 물렁뼈를 씹고 코 끝을 때리던 찡한 식감이 아련하다

조실부하고 어린나이에 동인천바닥에서 잔뼈를 키운 아버지는 갱개미처럼 단단했다

충청도 촌놈이 장사꾼으로 성공해서 일가를 이루고

충남호를 타고 가난을 탈출하던 다른 촌난민들의 의용군이 됐다

수많은 식솔들의 거처가 됐고 다리가 되어 평생을 살았다

그들의 저녁 식탁엔 늘 갱개미 조림이 건재했고

갱개미처럼 단단해져서 도회지에서 자리잡고 살아갔다

지금 고향 바다는 갱개미 철이다

쭈꾸미를 낙지로 알고 먹었고

갱개미를 홍어로 알고 먹었다

'이곡리' 넓은 논바닥에서 우렁 된장이 나왔고

무화과 열매를 바나나라고 누군가는 사기를 쳤다

14살에 곯은배를 욺켜쥐고 도망친 시골 촌놈

2남3녀를 먹이고 입히고 재운 아버지의 모습은 꼭 갱개미의 닮았다

가끔 남성시장 어판에 누운 간재미를 보면 말리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 진다

탕탕 쪼개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린다


#갱개미 : 간재미의 충청도 방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