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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 샤리프

벽화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내 팬티는 '오마 샤리프'다

그녀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건조대에 널면서 말했다

"팬티가 예쁘고 귀엽네요"

내 속 옷을 남이 빤 것은 유사 이래로 처음이다


벽화를 오늘 중으로 끝내느라

한낮 폭염 속 더위에도 작업을 강행했더니

몸 전체가 타서 익어버렸다

작열하는 태양빛에 자외선 차단제도 소용이 없었다

몸에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 탈진 상태가 됐


작업하던 옷을 몽땅 세탁기에 던져 넣고

지하수로 샤워를 했다

땅속에서 올라온 물은 그야말로 냉동수 같았다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차가웠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누워 티브이를 켰다

이내 잠 속으로 빠져버렸다


`오마 샤리프가 마차를 타고 설원을 달린다

닥터 지바고의 명화 속에서 내가 오마 샤리프를 뒤쫓는 장면이다

웬 뜬금없는 설원인가

오마 샤리프의 마차 금괴 속에는 금이 아닌 팬티가 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금괴를 빼앗기 위해 맹 추격 중이다


"그만 주무시고 시원한 냉콩국수 드세요"

외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빨랫줄에는 오마 샤리프가 뽀송뽀송 잘 마르고 있었다


"팬티가 예쁘고 귀엽네요ᆢ"는

무슨 의미였을까

해가 수평선 너머붉게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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