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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각 무침

얼갈이

by 시인 화가 김낙필



얼갈이배추 한 단을 4500원 주고 사 왔다

묵은 김치만 먹다가 제철 김치가 먹고 싶어서다

얼마 전만 해도 저녁 파장 때면

두 단에 천 원 하던 얼갈이다

장맛비가 오고 나서 몇 배나 올랐다


위정자 들은 물가가 이렇게 요동쳐도 소비자 물가가 2.1% 전달 대비 내렸다고 보도한다

이 사람들은 시장 물가가 얼마가 오르든 상관이 없다

얼갈이배추가 뭔지도 모르고

한단에 오천 원, 만원 해도 상관이 없다

주방 아줌마가 담아주는 김치를 먹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물 먹은 수박은 6천 원

참외는 열개에 오천 원

오이는 4개에 천 원이다

얼갈이와 열무만 올랐다


농부들은 장마 지면 괴롭다

고생해 키운 농작물이

다 물러 버리니까

시장에서 상추 보기가 힘들다


여기는 전국에서 제일 물가가 싼 총신대 남성시장 마감 세일하는 장터다

오늘은 새콤한 노각무침이 생각나서 늙은 오이 사러 왔다

늙으니 노각 무침이 생각났다

늦여름 엄마와 양푼에 벌겋게 비벼 함께 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러나 도통 옛날 그 맛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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