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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가을 우체국 앞을 지나가고

소래포구를 지나가고

필레 약수터를 지나가고

후포항을 지나가고

신길 온천을 지나가고

나고야를 지나가고

센토사를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도 지나가는 여정


지나가는 삶

지나가는 生

보리 밭도 지나가고

포토 밭도 지나가고

복숭아 밭, 사과 밭,

벼이삭 익는 너른 황금 들판도 지나왔다


지나가고 지나가도 끝이 없다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증조 고조할아버지가 지나간 곳

이 땅, 이 민족, 형제 친척들이 모여 살던 세상을

지나간다 지나간다


저기 부처가 지나가고

예수가 지나가고

세종대왕, 고종, 명성황후가 지나갔다

여수 앞바다 이순신이 지나갔다

아담과 이브가 지나갔고

공룡이 지나간 발자국이 지나갔다


지나간다

햇 살 가득한 버드나무 길을

내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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