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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月

by 시인 화가 김낙필



달이 기운다

꽉 찬 보름달도 기울게 마련이다

바다의 꽉 찬 물들도 들고나며 달처럼 기운다

뻘은 제 핏줄을 드러내고

수평선 너머 간극의 세상을 보여준다

달은 그렇게 스스로를 차갑게 무장한다


창밖 뽕잎이 누렇게 변해 간다

그 너머 자귀나무 잎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 얼굴빛도 발해 가기 시작한다

시간의 빛들이 시공을 점유하기 시작해

계절의 빛깔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더운 바람이 갈기를 세우고 마지막 열기를 몰아가더니 결국 몰락했다


낮 달처럼 창백한 달이 뜨기 시작했다

동검도의 암흑 같은 밤을 초승달이 비추고 새우잡이 배가 멈춘 듯 떠 있다

친구는 오늘도 그물을 내리고 가을 새우를 잡는다

돼지우리에도 천천히 달그림자가 머문다


망월사 오르막 밤 길에 멧돼지가 가로지른다

산사의 달빛은 여인네처럼 요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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