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이후에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한줄기 빛이다
단풍 드는 가을빛이 그렇고
싸늘한 눈 위에 반사되는 겨울 빛이 그렇다
황폐함과 부재의 늪에서 일어서는 삶은 찬란하다
약한 존재들은 방랑한다
죽음의 그림자 냄새에 익숙하고
절망은 한낮의 겨울 빛을 외면한다
시간이 담긴 한 끼의 식사를 마주하며
사람들은 시간의 주름을 지나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별하고
그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우리들은 모두 남겨진 빛이다
겨울 낮의 시간이 담긴 그릇들을 정리한다
육체의 시간들도 갈피에서 꺼낸다
화롯불 같았던 삶의 감각들이 점멸한다
생애의 愛日은 통증과도 같았다
사망 선고를 받고
진통제 같은 날들을 보내며
까무룩 히 멀어지는 기억 속 설국의 아침을 맞는다
동지섣달의 빛은 동력을 잃고 비스듬히 기울고 있다
나를 넘어오는 것들은 언제나 허름하고 허약했다
잔 빛이 남았는데 어느새 앙상한 모과나무 위로
눈이 흩날리고 있다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