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Oct 26. 2024

화초의사



말라죽는 난초를 살리고

입이 누렇게 발한 금전수를 파릇하게 세우고

빌빌하는 산호초를 생기 있게 일으켜 세우는 일은 뿌듯하고 희열이 있다


사람을 살리는 화타는 아니더라도

보살피고 예뻐해 주면 죽어가 화초도 살아나더라

사람도 이리 보살피면 빛이 나고 생기가 돌게 마련이다


커피도 먹이고

쌀뜨물도 주고

소다수도 주고 마늘즙도 뿌려주면 싱싱하게 자란다

다 죽은 난초 뿌리도

썩은 뿌리를 골라내고 곱게 다듬어 쌀뜨물에 반나절 담가 뒀다가 심어주면

보름 후면 새 새싹이 튼다


죽을병, 못 쓰게 된 몸을 살리는 일이 화타의 일이었듯

말라비틀어진 화초를 살려내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이다


좁은 화분에서 누렇게 떠 가던

금전수를 분갈이해서

다섯 화분을 만들었다

보름 후면 화분마다 새 싹을 볼 것이다

사람의사, 동물의사가 있듯이 화초의사도 있는 것이다


화초도 사람과 같이 정성 들여 키워야 잘 자란다

나는 재물도 명예도 없고 명석하지도 못하니

화초나 잘 보살피고 잘 키우는 일이나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날 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