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13. 2024
가을빛 보러 호수에 왔다
잔잔히 흔들리는 물결에 풍경이 어린다
소금쟁이 파문이 일고
이름 모를 새 울고
아,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호숫가 남자들 모이면 두런두런 여자 얘기다
가을이니 참아주마
청계산 꼭대기 레이더 기지에도 떡갈나무 단풍이 들었구나
그 밑으로 동물원에는 겨울 채비가 한창이다
호수 빛이 단풍 든 나무 색깔처럼 오지다
빨강, 노랑, 황갈색으로 물든 수면이 간지럼 타듯 흔들린다
호수는 말이 없고 나도 말이 없다
해가 넘어가는 모양이다
호수빛이 어두워진다
산기슭에서 동네 개가 컹컹 짖는다
외출했던 주인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금방 백로 한 마리 산밑 방죽 쪽으로 날아간다, 우아하다
바람에 긴 물결 파문이 내게로 온다
그렇게 호수가 물들었고
가을날이 물들었고
호숫가에 앉아있는 나도 실컷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