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21. 2024
어느 날이었던가
눈 내리던 날
꽁꽁 언 강에서 미끄럼질 치며 깔깔 웃어대던 청춘들
카페 '봉쥬르'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을까
그 기찻길도 살아 있을까
모닥불에 고구마 굽고
통기타 치며 노래 부르던 남한강가
물안개는 아직도 머리 풀고 그 산 허리를 오르고 있을까
밤새 술에 취해 울던
'鳳凰臺' 그 언니는 어떻게 늙고 있을까
남한강가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 새벽안개를 기억하고 있을까
다 지나갔다
강물처럼 다 흘러갔다
기억조차 생소한 대동아전쟁 때
이야기들을 뭐 하러 들먹이냐 하겠지만
그때 우린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게 전부이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그것뿐이다
소멸하고 나면 그것도 아무것도 아닌 그냥 그뿐인 거지만
남한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