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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露에 서서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사무치게 뭔가가 그리워지면

주섬주섬 걸치고 길을 나선다

영종도 쪽으로 갈 때도 있고

진접, 연천, 춘천 쪽으로도 발길 닿는 데로 간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종점 부근까지 간다

내려보면 아무도 없다

낯선 거리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멋쩍게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무참해져 돌아온다

그렇게 나는 밤이 된다


비행기라도 타고 먼바다를 건너가면 좋다

다른 사람들의 나라 냄새가 흥미롭다

거기도 칡넝쿨처럼 사람들이 얽혀 사는 곳

아이들이 많은 나라가 좋다

얘들의 웃음소리에 위로를 받는다


나의 목적지는 없다

사방에 널린 길들을 바라보다가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 들어서는 거다

그 길이 결국 돌아 나오지 못하는 숙명의 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가 된다

길도 어찌 보면 혼자일지 모른다

결국 그 끝이 종착역이니까


오늘도 주섬주섬 가방을 꾸린다

가방 안에는 늘 같은 것들이 들어있다

없어도 될 물건 같은 것들

아무 소용없는 것들

그것들이 나를 외롭게 만든다


어느 역참에서 소용없는 사람들도 만나고

장터에서 시래기 국밥 한 그릇 잡숫고

얼콰하게 탁주 한 사발 들이키고

그렇게 뉘엿뉘엿 돌아가는 길이

저물어가는 사람들의 歸路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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