壽命
누군가가 죽었을 때
우리 민족은 상청을 차려놓고 구슬프게 곡을 하며 운다
망자의 죽음이 슬픈 거다
망자에게 은혜를 입었거나
망자가 떠난 것이 아쉽다는 표현이다
삼일장, 오일장에 옛날에는 3년상을 치렀다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마을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고 일주일, 열흘을 먹고 마시며 즐긴다
슬퍼하지 않고 축하하며 망자를 기쁘게 환송한다
관습과 문화의 차이는 이렇게 죽음의 개념이 다르다
우리는 유교사상이 조상대대 뿌리내린 나라다
사람이 죽으면 슬퍼서 애도한다
인간이 수명을 다하고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슬퍼할 일이 아니다
물론 사고로 단명할 때는 슬픈 일이기도 하다
요즘 반려견이 천만 시대다
개도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장례도 치러주고
기일도 챙겨주는 세태 다
사람의 죽음이 개만도 못한 시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웃나라 일본은 한 해 고독사 수가 6만 8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노령사회에서는 매년 고독하게 죽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가야 할 때가 되면 가야 하는데
수명이 자꾸 늘어난다
그러자니 명을 다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은 끊는 일도 많아진다
우리나라도 년간 1만 3천 명이 자살한다
하루에 35명 꼴인 셈이다
오죽하면 스스로 생 목숨을 끊겠는가
죽지 못해 오래 살 수밖에 없는 누구에겐
이 세상이 지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