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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이름으로

by 시인 화가 김낙필


수천 길 낭떠러지 계곡으로

사라진 친구는

설산이 녹아 초록 숲이 되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촐라체 빙벽을 오르던 사내는 평생 산아래에서 눈 녹기를 기다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육십 년이 흘렀다

사내는 백수를 못 살고 산 밑에 돌더미로 묻혔다

이듬해 여름 계곡아래 물살에 밀려온 젊은 알피니스트를 사내 곁에 묻어줬다

그들은 연인이었다


삶은 의지와 다르게 쉬지 않고 흘러간다

세월의 강물처럼 인생도 그렇게 간다

설산 아래 사는 사람들도 언젠가 산아래 묻히고 전설이 된다


오늘도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들은 말한다

생은 한 번뿐이라서

설산이 불러서 이곳으로 달려왔다고

이 모든 것이 신의 부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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