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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의 미역국

아비, 소고기 미역국

by 시인 화가 김낙필



오늘은 장가 안 간 아들의 생일날이다

팔순의 애비가 오십 줄의 자식 생일 미역국을 끓인다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소고기 사태와 불린 미역과 황태채를 볶는다

황태채가 오그라들 즈음 쌀뜨물을 냄비의 반에 반만 붓는다

조선간장을 한 스푼 넣어 간을 한다


한소끔 끓으면 쌀뜨물을 한번 다시 추가한다

잘게 썰어놓은 무와 두부를 넣고 다시 끓인다

간을 보고 모자라면 소금을 적당량 넣는다

후추도 넣어 풍미를 더해준 다

팔팔 끓으면 불을 끈다


오늘은 잡곡밥 대신 흰쌀밥을 짓는다

다시마 한 장, 군내 잡을 식초 한 방울, 참깨 한 스푼, 올리브 오일 한 스푼을 넣는다

윤기 나는 영양 쌀밥이 완성된다


팔순 애비가 오십 줄의 아들 생일 미역국을 끓인다

내 생일 미역국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내가 끓여 먹는다

業이다ᆢ


아들은

끓여놓은 미역국도 안 먹은 채 말도 없이 어디론가 외출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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