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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꽃밭에서

by 시인 화가 김낙필



연꽃잎 처연히 진 자리에

고개 떨군 꽃대궁만 쓸쓸하다


삶의 마지막이 이럴까

우리 생이 언 연지꽃밭 허수아비라면 돌아갈 곳이 어디일까

고개 꺾여 전하는 말을 알지 못하니

지난 계절 수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일 뿐이다


떠난 자리가 이리 참혹할 줄이야

사타구니 뿌리째 뽑혀 장아찌가 되더라도

초록 바다 위에 고고한 자태로 살던 지난여름에게 되돌려 주고 싶은 말은

뜨겁게 타올라서 한순간은 행복했다는


사랑은 뜨거울수록 처참히 식어 머리 떨구고

못내 언 연지꽃밭으로 남아 북풍만 아우성치며 지나리니

사랑은 다 부질없는 바람이여라


너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일이려니

그렇게 속고 사는 게 꽃피는 일이려니ᆢ<rewrit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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