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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소문

by 시인 화가 김낙필



이렇게 한 세월이 흘러가도 좋겠다


누군가 헛소문을 퍼트렸다

이혼했대

걔 암이라던데

걔 요양원에 있대

치매라던데

그렇게 노란 은행잎이 지고 있었다


그렇게 소문처럼 계절이 흘러가도 괜찮았다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변명도 구차했다


견고한 새벽은 여지없이 왔다

누군가는 내가 죽었다고도 할 것이다

나타나지 않으니까

견디기 힘든 것은 없었다

다만 소문이 무성해서 그들이 즐겁다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자위했다


오늘 겨울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먼 도시는 오늘도 포성이 울렸다

나는 소문처럼 잊혀진 사람으로 산다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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