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그릇

by 시인 화가 김낙필



평생을 소심하게 살다 보니 이룬 업적이 없다

낯가림이 심하고 성격이 소심하다 보니 사람 사귀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

사교적이고 밝고 쾌활한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은 선호하지 않아서 자꾸 피하게 된다

그래서 소모임을 좋아한다

단출한 모임에서 소소하게 노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니 큰 그릇이 못 됐다


나는 그릇으로 비유하자면 종재기 그릇이다

간장 종지처럼 조그마하다

그래서 소인배로 살았다

있는지 없는지 잘 보이지 않는 무효한 사람

그래서 인생이 낮은 평지 같았다


이제 황혼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소심하게 존재 감 없이 살다 보니

말년에 와서 문뜩 사고를 치고 싶다

튀고 싶고 주목도 한 번쯤 받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화려하게 치장도 하고

엉뚱한 짓거리도 해 본다

욕도 하고 큰소리로 떠들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온 자리는 늘 주늑든 작은 자리


내 그릇은 영원한 종재기다

성격은 고쳐지지 않는다

소심해서 한심하고

큰일 한번 못해보고 늘 돌아서 가는 내 길


영원하리라 믿었던 生이 사금파리처럼 부서져 흩어진다

이 生도 결국 여기까지 인가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