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by 시인 화가 김낙필



양주는 멀다

한 병 마시면 무진장 멀다

새벽이 된다

언제 집에 갈지 모른다

그만큼 양주는 멀다


시집 한 권을 다 읽도록 양주에 닿지 않는다

소설은 반쯤 읽으면 닿는다

양주 한 병이면 천국의 문까지 간다

그다음 정신을 잃는다

깨어보면 이승이다


양주에는 문하생들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 수업을 한다

그때는 그랬다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던 시절 제자들도 이젠 나이가 들었다

여우, 원장, 사모님, 공방장

그 집 누렁이도 늙었다


나폴레옹이 새겨진 코냑 양주를 팔았다

50만 원 받았다

그 돈을 보태 안검하수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십 년이 젊어졌다

그리고 그림 수업은 계속됐다

서울역, 창동을 지나 양주로 간다


소설의 반을 읽으면 양주에 도착한다

나머지 반은 돌아오면서 다 읽어버린다


양주를 밤새 마시면 천국의 계단이 보인다

깨어난 이승에서는 詩를 쓴다

양주는 멀고도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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