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는 멀다
한 병 마시면 무진장 멀다
새벽이 된다
언제 집에 갈지 모른다
그만큼 양주는 멀다
시집 한 권을 다 읽도록 양주에 닿지 않는다
소설은 반쯤 읽으면 닿는다
양주 한 병이면 천국의 문까지 간다
그다음 정신을 잃는다
깨어보면 이승이다
양주에는 문하생들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 수업을 한다
그때는 그랬다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던 시절 제자들도 이젠 나이가 들었다
여우, 원장, 사모님, 공방장
그 집 누렁이도 늙었다
나폴레옹이 새겨진 코냑 양주를 팔았다
50만 원 받았다
그 돈을 보태 안검하수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십 년이 젊어졌다
그리고 그림 수업은 계속됐다
서울역, 창동을 지나 양주로 간다
소설의 반을 읽으면 양주에 도착한다
나머지 반은 돌아오면서 다 읽어버린다
양주를 밤새 마시면 천국의 계단이 보인다
깨어난 이승에서는 詩를 쓴다
양주는 멀고도 고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