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파도와 함께 걸었다

東海

by 시인 화가 김낙필


그날 네가 방파제를 걸었던 강릉

동해바다에 갔다


바람은 여전히 심했고

폭염 한가운데 숨이 막히고 해변에는 성난 파도가 출렁거렸다

포구에는 바다새가 추락하듯 내려앉았고 그날의 무늬들은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시외버스 정류장에는 인적이 끊긴 듯 적요했다

거기 동해로 가는 버스는 졸고

누군가는 양산을 받쳐든 채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일몰이 시작되는 시각

바다는 조금씩 어두운 빛깔로

해를 받아내고 있었다

선녀바위 해안에서 바라보던 노을이 이보다 붉었던가

코타키나발루의 노을은 소낙비로 암흑으로 변해 있었다

시간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물치항에서 광어회 한 접시를 시켜놓고 소주 한 병을 마셨다

어두운 해변을 택시 타고 달려가

등대가 보이는 민박집에 들었다


동해바다에 가서

한없이 밀려오는 너를 바라보았다

거기에서 성난 파도와 바람과 새의 날갯짓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해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민박집은 밤새도록 밀려오는 성난 파도 소리에 잠들지 못했다

나도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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