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by 시인 화가 김낙필


3년 만에 내시경 검사를 한다

수면 마취를 두 번 해야 한다

한 번에 긴 마취는 위험성이 따르는 관계로

위 내시경과 대장 검사를 따로따로 마취를 하기 때문이다

참을성이 있는 사람들은 마취 없이도 검사를 잘도 받는데

나는 참을성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제 이번 검사를 마지막으로 하려 한다

이 정도면 여한 없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기에 앞날의 명줄은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전신 마취는 위험성이 따른다

그래서 각서에 자필 서명을 해야 하고 검사 동안에는 보호자도 입회해야 한다

나는 보호자가 없다고 우겨서 혼자 검사를 받는다


마취에서 안 깨어나면 好喪이다

이처럼 편한 임종이 어디 있겠는가

행운 중에 행운이고 축복이다

소망하는 꿈나라로 편히 가는 방법이다

이번에도 이런 요행수를 바라며 검사실로 간다


마취가 잘 풀려 깨어나면 어쩔 수 없다

더 살라는 천명이므로 살아야 한다

매번 수면 내시경을 하면서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한다


마취에서 깨어나면 황홀하고 몽롱한 기분이다

이래서 어떤 이들은 프로포폴에 중독되는 모양이다

마취는 천국이다


# 이번 검사에서는 콩팥에 물혹이 있고 대장에서 용종을 6개나 떼어냈다

지방간도 있고 식류성 위염도 10년째 보유 중이다

신장도 안 좋고 왼쪽 뒷목에 동맥경화도 있다

몸이 유통기한이 다 되어서 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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