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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사람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나이 들면 가벼워지는 것은 티끌이 되기 위한 수순이다

결국 한 줌의 재로 날아가지 않는가


세속에서 함께하던 것들을 하나둘씩 내다 버린다

책과 옷가지와 고생한 신발과 쌓아논 재물도 버려야 한다

가져갈 수도 쓸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근육도 버리고 식욕도 버리고

멀리 보는 시안도 말마저도 버려야 한다

침묵만 가져가면 된다

어느 골짜기 어느 샛강을 건너갈지 모르지만

가벼워야 훌훌 날아갈 수 있다


사람들은 곧 나를 잊을 것이므로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산 사람들은 살아가야 하므로 그들 곁에 걸리적거리면 안 된다

모든 흔적과 자취를 말끔하게 걷어내고 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없어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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