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가벼워지는 것은 티끌이 되기 위한 수순이다
결국 한 줌의 재로 날아가지 않는가
세속에서 함께하던 것들을 하나둘씩 내다 버린다
책과 옷가지와 고생한 신발과 쌓아논 재물도 버려야 한다
가져갈 수도 쓸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근육도 버리고 식욕도 버리고
멀리 보는 시안도 말마저도 버려야 한다
침묵만 가져가면 된다
어느 골짜기 어느 샛강을 건너갈지 모르지만
가벼워야 훌훌 날아갈 수 있다
사람들은 곧 나를 잊을 것이므로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산 사람들은 살아가야 하므로 그들 곁에 걸리적거리면 안 된다
모든 흔적과 자취를 말끔하게 걷어내고 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없어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