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그렇지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살다가 갑자기 병마가 찾아오면 억울하다

더 살 날이 많은데 죽는다니 억울하다

하필이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억울하다

모든 게 다 억울해진다


사람의 운명은 한 치 앞도 모른다

갑자기 암 선고를 받고

병마와 싸우는 시간이 그나마 남은 삶의 시간일 것이다


고장 난 것들은 고쳐쓸 수 있지만

암이란 병마는 회복하기 힘들다

그렇게 뜬금없이 찾아오는 병마는 운명이랄 수밖에 없다


천수를 누리는 사람들은 삶이 지겹다고 한다

그러나 죽을 날자를 받아놓은 시한부 사람들은

하루가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

아침에 깨어나는 것이 축복이다


병마와 싸워봐야 이기기 힘들다

서로 힘겹게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함께 지내다 가자

그렇게 한 오백 년만 살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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