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 탱자

붉은 수탉

by 시인 화가 김낙필


할배집 뒤뜰은 온통 탱자나무 울타리라 자객이나 도둑이 넘어오기 쉽지 않았

나무 수령이 족히 오십 년은 넘긴지라 그 가시가 창끝과 진배없다

탱자나무 아래에는 족히 열 살이 넘은 붉은 수탉이 첨병처럼 살고 있는데

행여 근접이라도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부리와 발톱에 의해 생채기 나기 십상이다

이렇게 탱자나무 울타리는 철옹성처럼 단단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유년시절에는 잘 익은 탱자를 따서 먹기도 했는데

그 신맛이 요즘 레몬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 뒤끝으로 싫지 않은 개운한 단맛과 쓴맛이 함께 여운으로 남았다


내가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 당숙네를 가려하면 어느 틈에 망보던 붉은 닭이 나타나 내 가는 길을 막았다

한껏 목 깃털을 세우고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데

도저히 적수가 되지 못해 나는 늘 줄행랑을 치는 신세가 됐다

나보다 서너 살은 많은 수탉은 늘

나를 어린애로 보고 업수히 봤다


그래서 그 길을 지날 때면 어른 옆에 꼭 붙어 지나가야 했다

지금은 할배 할매가 모두 돌아가시고 그 누구네가 사는지 모르지만 구월이 오면 그 탱자나무 울타리가 보고 싶다

오륙십 년이 훌쩍 지나갔으니 지금쯤 아마 고목이 됐을 거다


초가을이면 노랗게 익은 탱자들이 주렁주렁 열리던 할배네집 뒷곁

울타리에 살던 붉은 닭도 이젠 돌아가셨겠지

나도 탱자 탱자하며 이만큼 살았으니

한 세월이 참으로 무상히도 흘러갔다


서산군 원북면 이곡리 1구 김재후(할배) 씨 댁 뒷곁 탱자나무 울타리는 지금도 살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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