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슬픈 날에는

by 시인 화가 김낙필


슬픈 날에는 술을 마신다

술이 술술 들어가고

술에 취하면 온갖 번뇌도 사라진다

그래서 술이 좋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플 때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한다

그러나 내가 아플 때는 그만 죽고 싶다

그대가 슬플 때는 내 마음 갈 길을 잃고

내가 슬플 때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숨기는 것이 홀로 된 사랑이듯

당신 앞에서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이 모든 슬픔이 당신의 몫이 될까 봐 늘 두렵다


슬플 때는 하늘을 보지 않고 땅을 본다

그렇게 비처럼 스며드는 방법을 배운다

아픔을 남기지 않도록 애를 쓴다


이제 남겨진 시간은 서로에게 맡기고

슬픈 날에는 그저 비가 되어 낮게 스며들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