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날에는 술을 마신다
술이 술술 들어가고
술에 취하면 온갖 번뇌도 사라진다
그래서 술이 좋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플 때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한다
그러나 내가 아플 때는 그만 죽고 싶다
그대가 슬플 때는 내 마음 갈 길을 잃고
내가 슬플 때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숨기는 것이 홀로 된 사랑이듯
당신 앞에서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이 모든 슬픔이 당신의 몫이 될까 봐 늘 두렵다
슬플 때는 하늘을 보지 않고 땅을 본다
그렇게 비처럼 스며드는 방법을 배운다
아픔을 남기지 않도록 애를 쓴다
이제 남겨진 시간은 서로에게 맡기고
슬픈 날에는 그저 비가 되어 낮게 스며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