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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島

by 시인 화가 김낙필


보고 싶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는다

먼 기억 따윈 버리고 정처 없이 걸어간다

그러면 갈 곳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가뭇가뭇 잊혀져 가는 당신을 붙잡고 싶지 않습니다

영영 보내 드리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사는 게 별거 있겠어요

그렇게 한 세월 흘러가는 겁니다

추억 따윈 던져 버리고


그리울 땐 눈도 감고요

귀도 막고요

말문도 닫아버리렵니다

숨만 쉬며 살아가렵니다

그럼 계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겠지요

한 세상 후딱 가버리겠지요


바다를 보러 방아머리에 나와 있습니다

비바람 불고 천둥이 칩니다

풍도 가는 배가 출렁입니다

배는 폭풍우에 출항하지 못합니다

옷이 흠뻑 젖어도 통쾌합니다

성난 파도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합니다


風島처럼 내일도

눈 감고 귀 막고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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