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지키기

by 시인 화가 김낙필


빈집을 지킨다 강아지처럼

밤늦게 들어왔다 아침이면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들

누구든 어디론가 가서 무언가를 해야만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구별이라는 세속이다


나는 집을 지킨다

평생 해야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다

집을 사고 애를 키우고 돈을 벌어 자동차도 사고 먹을 양식을 비축했다

다행히 쌀 값은 늘 저렴했다


먹고만 살 수는 없다고들 말하지만

우리 어린 시절에는 입에 들어가는 게 제일 절실했다

죽게 일해야 끼니를 이어갈 수가 있었다

곡식은 가마니가 아니라 매일매일 한 됫박씩 사서 끼니를 지어먹고 했으니까

지금은 산해진미 먹을 것 천지다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굶어는 죽어도 그때는 지금처럼 자살하는 사람은 없었다


먹을 것 천지지만 늘 허기가 진다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풍요롭지 못하다

년간 만 오천명, 하루에 사십 명꼴로 자살한다

황폐한 세상에 살려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거다

그러니 먹는 게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오늘도 빈집을 지킨다

혼자 노는 법도 터득했다

세상사람들이 어디론가 가서 무슨 일을 할 때

나는 빈집을 지킨다

무료해서 정말 싫다


이럴 때 그만 세상밖으로 떠나싶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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