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을 지킨다 강아지처럼
밤늦게 들어왔다 아침이면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들
누구든 어디론가 가서 무언가를 해야만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구별이라는 세속이다
나는 집을 지킨다
평생 해야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다
집을 사고 애를 키우고 돈을 벌어 자동차도 사고 먹을 양식을 비축했다
다행히 쌀 값은 늘 저렴했다
먹고만 살 수는 없다고들 말하지만
우리 어린 시절에는 입에 들어가는 게 제일 절실했다
죽게 일해야 끼니를 이어갈 수가 있었다
곡식은 가마니가 아니라 매일매일 한 됫박씩 사서 끼니를 지어먹고 했으니까
지금은 산해진미 먹을 것 천지다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굶어는 죽어도 그때는 지금처럼 자살하는 사람은 없었다
먹을 것 천지지만 늘 허기가 진다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풍요롭지 못하다
년간 만 오천명, 하루에 사십 명꼴로 자살한다
황폐한 세상에 살려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거다
그러니 먹는 게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오늘도 빈집을 지킨다
혼자 노는 법도 터득했다
세상사람들이 어디론가 가서 무슨 일을 할 때
나는 빈집을 지킨다
무료해서 정말 싫다
이럴 때 그만 세상밖으로 떠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