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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와 덤벨

여정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산기슭에서 제초기 소리가 요란하고

구름이 물러가더니 해가 떴다


아프지 마라

아프면 더는 떠날 수가 없다

포도주잔에 위스키를 따른다

얼음 동동 띄워 마신다

시이소가 한쪽으로 기울면 석양이 지는 거다

그럼 밤 그네를 타야지


덤벨을 들고 사라지는 근육을 붙잡는다

가만있으면 왜 모두 다 사라질까

소멸은 당연한데 인간을 비참하게 만든다

오늘도 먼 거리를 돌아왔다


여행을 하려면 다리가 튼실해야 한다

해안선을 따라 먼 길들을 돌아다니려면 훈련을 해야 한다

무릎과 고관절이 부실하면 여정은 말짱 도루묵이다


아프다

아프단다

손잡고 가야 할 곁지기가 아프단다

위스키 한잔을 마시고 덤벨을 든다

다음 일정 8박 9일의 동유럽 여행을 위하여


그다음 북유럽 여정을 위하여

쿠바를 위하여

위스키와 덤벨을 열심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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