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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색 / 김낙필

by 시인 화가 김낙필


누군가는 울며 지나가고

누군가는 깔깔거리며 지나갔을

코스모스 언덕길을 무심히 간다

들판에 남루한 허수아비의 옷자락처럼

속으로 절간 하나를 들여놓고 독경을 읊으며 간다


가을은 먼 그대처럼 서성이다 짓물러 버리고

무서리 내려 슬픔이 견고해질 때

뭇 까마귀 떼가 들녘에 내려 울부짖는다

꽃들의 밑동이 거름이 될 쯤 우리는 방황하고 싶어진다

쓸쓸함을 사랑하게 된다


누군가가 엉엉 울고 지나갔을 코스모스 길을 오늘 내가 무심히 간다

모른 척 안 그런 척 마음을 부여잡고

먼 그대의 집을 향해 간다

이사 갔을지도 모를 쪽문 앞으로

가을도 함께 데려간다

빛은 저 홀로 깨져 사금파리처럼 들판으로 부서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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