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울며 지나가고
누군가는 깔깔거리며 지나갔을
코스모스 언덕길을 무심히 간다
들판에 남루한 허수아비의 옷자락처럼
속으로 절간 하나를 들여놓고 독경을 읊으며 간다
가을은 먼 그대처럼 서성이다 짓물러 버리고
무서리 내려 슬픔이 견고해질 때
뭇 까마귀 떼가 들녘에 내려 울부짖는다
꽃들의 밑동이 거름이 될 쯤 우리는 방황하고 싶어진다
쓸쓸함을 사랑하게 된다
누군가가 엉엉 울고 지나갔을 코스모스 길을 오늘 내가 무심히 간다
모른 척 안 그런 척 마음을 부여잡고
먼 그대의 집을 향해 간다
이사 갔을지도 모를 쪽문 앞으로
가을도 함께 데려간다
빛은 저 홀로 깨져 사금파리처럼 들판으로 부서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