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벌레가 아름답다고 한 이와
밤새 떨어진 별을 주우러 가겠다는 이와
삼겹살에는 콜라가 제격이라는 이와
교보문고 앞에서 춤을 추겠다던 어떤 시인이 어느 날 사라졌다
오늘 꼰대들의 사상과 철학은 밤하늘 북두칠성이 됐다
외계어를 쓰는 MZ 세대들은 도덕과 윤리를 신봉하지 않는다
수백 년 전 사상을 배우적도 없고 가르쳐주는 이도 없었다
신 개념의 인간들은 자연 친화적이 일 수 없고
디지털 시대를 가로질러 AI와 친근해질 뿐이다
그리운 성산포나 접시꽃 당신이나 견고한 새벽이나 마법에 걸린 오후를 모른다
챗봇 GPT가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며 시공을 자유롭게 살아간다
꼰대들은 리스본에서 체코에서 티베트에서 열심히 여정을 즐기는 중이다
대치동 재건축 아파트는 하늘높이 오십 층이 넘어가고
로제의 아파트는 전 세계를 강타했다
케데헌 열풍으로 북촌마을과 에버랜드는 이방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수십 만 명이 포화 속에서 사망하는 전쟁터를 뒤로하고 우리는 리스본, 프라하, 뉴욕, 런던,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벌레가 소중하고 개미취가 소중하고 시를 읊는 밤이 소중한 꼰대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테헤란로를 명품 수입차가 굉음을 내고 질주하는 대낮에 10-3 시내버스가 질겁을 한다
화들짝 꼰대들이 졸다 깼다
석촌호수에서 산책하는 어르신들은 대동아 전쟁 때 태어난 분들 이시다
세로수 길과 성수동과 홍대 앞 거리에는 외계인들이 점령했다
남대문과 동대문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사람들이 쇼핑하러 다닌다
번역기와 카카오 앱으로 언어장벽은 없어졌다
몽고나 티베트나 이태리 어느 곳도 언어 소통의 불편함이 사라졌다
오늘이 한로(寒露)다
조석으로 춥다
절기는 변함없이 온다
국화가 핀다
국화 옆에서 국화향을 맡은 지가 언제던가
지구별은 오늘도 인간들의 전쟁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 중이다
어디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사는 모습들이 복잡하다
팔자소관이다
세상을 유람하는
곽튜브나 원지나 빠니보틀이 제일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