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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앉아서

詩와 나

by 시인 화가 김낙필


정류장에 앉아서 시를 쓴다

버스가 쉼 없이 오고 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시를 쓴다

시가 뭐라고

글 짓는 일이 뭐라고

짐보따리를 내려놓고 글짓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무화과 한 상자, 방울토마토,

호박, 청양고추, 홍당무, 사과대추, 달래, 청상추, 무 이렇게 두 보따리

한 보따리는 어깨에 메고 한 보따리는 들고 가다가 힘들어서 정류장에 내려놓고 시를 쓴다


생자 선생께선 죽는 날까지 시를 쓰셨다

나도 따라 할 참이다

늘 배가 고프니 글을 지어먹어야 산다

배부르게 배부르게 글을 지어야지

이젠 내 삶에 시가 밥이니 어쩌랴


한가한 저녁, 아무도 없는 정류장이 이리도 편하다

生에 시는 사랑이고 양식이다

누가 알아봐 주지 않아도 괜찮은 내 영혼의 양식

나를 살아가게 하는 자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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