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나
정류장에 앉아서 시를 쓴다
버스가 쉼 없이 오고 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시를 쓴다
시가 뭐라고
글 짓는 일이 뭐라고
짐보따리를 다 내려놓고 글짓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무화과 한 상자, 방울토마토,
호박, 청양고추, 홍당무, 사과대추, 달래, 청상추, 무 이렇게 두 보따리
한 보따리는 어깨에 메고 한 보따리는 들고 가다가 힘들어서 정류장에 내려놓고 시를 쓴다
생자 선생께선 죽는 날까지 시를 쓰셨다
나도 따라 할 참이다
늘 배가 고프니 글을 지어먹어야 산다
배부르게 배부르게 글을 지어야지
이젠 내 삶에 시가 밥이니 어쩌랴
한가한 저녁, 아무도 없는 정류장이 이리도 편하다
내 生에 시는 사랑이고 양식이다
누가 알아봐 주지 않아도 괜찮은 내 영혼의 양식
나를 살아가게 하는 자양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