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이다

근육

by 시인 화가 김낙필


한가로이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와

전화 통화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다행이다

함께 여행할 사람이 있다면 더욱 좋다

더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축복이다


사람 사는 게 결국 거기서 거기다

얼추 다 비슷하다

젊었을 땐 일하고 퇴임하면 여가를 현명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노년이 더 중요하다

여유자금도 있어야 하고 건강도 따라줘야 한다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는 몸이라면 다행이다

편히 걸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는 예전엔 미처 몰랐다

노년의 중심은 자유로운 보행이다

걸어야 뭐든 할 수 있고 이디든 가고픈 곳을 갈 수가 있다


오늘도 친구와 안부 전화를 하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했다

신체의 근육 소실을 걱정하며 위로했다


늙으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가 귀찮고 싫어진다

그렇게 근육이 소실되면서 죽어가는 거다

애써 막으려 해 봐야 소용없다

죽을 때가 오면 죽는 게 옳은 방법이다


가을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