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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넣는 것을 깜빡했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백미, 보리, 렌틸콩, 귀리, 병아리콩, 마늘, 식초 한 방울, 강황, 올리브유, 소금 한 꼬집 넣고 밥을 앉쳤다

다 된 밥을 골고루 섞었다

내 건강식 밥이다

헌데 다시마 한 조각 넣는 걸 깜빡했다

늘 뭔가 한 가지씩 빼먹는다


아침에는 야채즙을 만든다

셀러리, 당근, 양배추, 토마토, 게피꿀, 올리브유, 양파, 레몬즙 넣고 아몬드 두유를 넣어 믹서기에 간다

너무 뻑뻑하면 생수를 첨가한다

러면 3잔이 나온다

한잔은 오늘 먹고 두 잔은 냉장실에 보관해 놓고 이틀을 더 먹는다


밀가루 음식 참기가 제일 힘들다

참다 참다 안되면 프랭크 햄버거를 사 먹고 도넛도 먹는다

라면, 빵, 피자, 국수를 끊은 지 한 달 됐다

이것들 파는 집을 지날 때 많이 괴롭다


라면도 못 먹는다

짜장면과 짬뽕과 비빔국수도

피자도 못 먹는다

찐빵과 햄버거와 떡볶이도

밀가루 음식은 먹을 수 없다

글루테닌 성분이 기저질환의 몸에 유해하기 때문이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국민은 어떻게 사는 걸까

빵을 맘껏 먹고사는 그들이 부럽다


밀가루 음식을 3주간 끊고 생활한 성인들의 건강을 측정한 결과

기저질환의 수치가 모두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놀랍다

밀가루 음식이 얼마나 건강에 유해한 지 보여주는 결과다

빵, 라면, 면종류 음식을 끊고 사는 게 옳은지

먹고살다 가는 게 옳은지

고민 중이다


아,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엔 얼큰한 짬뽕이 먹고 싶다

따끈따끈한 찐빵도 먹고 싶다


몸을 정화시키는 일이 어렵다

마치 수행하는 기분이랄까

술도 못 먹고

먹고 싶은 음식들도 끊고

좋다는 것들을 먹고 오래 살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프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픈 것은 죽기보다 싫기 때문이다


오늘은 건강 밥을 짓다가 다시마 넣는 것을 깜빡했다

그래도 그만한 게 다행이다

겨우 한 가지만 빠뜨렸으니까

참, 이렇게 힘들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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