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씁니다
숙명입니다
이방인들에게 보내는 엽서 같은 글입니다
별이 쏟아지는 동네에 사는 이들에게 보내고픈 편지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변합니다
고요해 지지요
조용해집니다
세월이 바람 닮았다는 것을 깨우치니까요
그래서 글도 공허해집니다
가을 음악 속에서 글을 씁니다
적막과 적묵과 적요와 함께 글을 씁니다
견고했던 삶이 모래 부서지듯 부서져 바람에 날려가는 생을 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먼발치로 생이 스러져가도 행복합니다
이미 예견된 일들이니까요
산다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래도 나는 평생 시를 사랑해서 행복했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