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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다

無義

by 시인 화가 김낙필


4호선 오이도 가는 열차에 아무도 없다

다들 어디 갔을까

초지를 지나고 신길 온천을 지나가도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다

빈 의자만 묵묵히 앉아있다

나 혼자 전용열차를 타니 좋다


나는 또 어디를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고흐나 피카소도 갈길을 잃고 헤매었겠지

국민 먹여 살리느라고

이재명도 시진핑도 트럼프도 피곤하다

정은이만 살기 좋다


산책길 위에 지렁이 하나 누워 있었다

밟으면 꿈틀 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애써 피해 간다

왜 길 중앙에 불안하게 멈추어 섰을까

전에 본 달팽이는 종일 애써서 건너편 풀숲으로 숨어드는 데 성공하더구먼

왜 멈추고 말았을까


다음날 산책길 지렁이는 바싹 말라 절명해 있었다

누가 밟았는지 납작해진 채로 무늬가 되어 있었다

지렁이의 초상을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다


지렁이의 생애에는 아무도 없었다

4호선 전동차처럼 고요했다

세상에는 사실 아무도 없다

혼자 왔다 혼자 가는 혼자인 거다

이처럼 사람의 생애도 無意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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