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머리맡에 내 시집이 놓여있다면 좋겠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내 시를 사랑한다면 죽을 때까지 시를 쓸 수 있겠다
그렇게 나는 시인이란 이름표를 달고 살 수 있겠다
누군가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 나를 위해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면
그 힘으로 실망하지 않고 세상을 사랑하며 살겠다
내가 시를 짓고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것은 그 숨어있는 사람 때문이다
나를 그림자처럼 바라봐주는 사람 때문이다
그래서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은 집시 여인을 그렸다
야자수 해변을 춤추듯 걸어가는 여자
샌들을 양손에 들고 흔들거리며 태양 속으로 걸어가는 여자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물고 연기를 품으며 가는
여자를 그렸다
나의 그림은 시고
나의 시는 그림 닮았다
나의 집시 그림은 바다 건너
미츠키의 침실에 걸려있다
밖은 설국인데
카리브해의 노을 속에 집시가 춤추고 있다
내가 그들 속에 살아 있으면 좋겠다